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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관련 상황/시간별 분류 (A)

악덕기업 때문에 생긴 조현병 증상


1년 3개월 차 정도 되었을 때, 우리 회사에서 했던 일 중 역대급으로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따 왔다. 규모는 컸지만, 상대적으로 백엔드 프로그래밍이 필요한 부분이 거의 없는 프로젝트였다. 이번에도 또 야근, 주말근무, 밤샘근무를 할까봐 걱정되었지만, 백엔드가 필요한 부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핑계를 댈 수도 없어서 그 프로젝트를 수락하였다.

사실 그 프로젝트는 규모가 크긴 해도, 제대로만 일이 진행된다면 밤샘근무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 업무였다. 하지만 당시 디자이너였던 실장은 디자인 샘플도 주지 않고, 홈페이지 진행상황에 대한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다. 그냥 이런 컨셉이니까 내가 알아서 전부다 해라 라는 식이었고, 디자인까지 어느정도 내가 도맏아서 하기를 원했다.

이런 식이라면 일이 제대로 진척될 리가 없었다. 꾸역꾸역 했지만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우리 회사 프로젝트 중 가장 허접한 중간 결과물이 나왔다.

중간 결과물을 보고 우리 회사에 프로젝트를 요청한 타 회사 직원은 크게 분노하였으며, 마감기한이 있으니 디자인부터 다시 해서 빨리 퍼블리싱과 프로그래밍을 해놓으라며 화를 냈다.



디자인이 퍼블리싱이나 프로그래밍보다 순서상 먼저였기 때문에, 나는 후반기에 극심한 강도의 업무에 시달리게 되었다. 1달 정도 기간동안 매주 7일간 매일 12시간 이상을 일만 했으며, 사실상 출퇴근시간과 자는 시간 이외에는 매일 일만 했다. 그리고 결국 밤샘근무를 강행해야 하는 상황에 오게 되었다.

사실 이 때 실장님의 배려로 정말 밤을 꼬박 새서 근무하진 않았고 새벽 3시가 넘어서 근처 찜질방에 가서 쪽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질 않았고 사실상 밤을 샜다.

심지어는 다음날 아침식사를 회사에서 사주지 않아서 내 돈을 내고 아침식사를 사 먹어야 했다.

그날 아침식사를 먹으면서 나같은 사람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돈을 버는구나.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한달 135만원 받는구나 라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야근, 주말근무, 밤샘근무 등에 대한 추가수당은 일절 없었다.)

아침식사를 내돈으로 사 먹은 날 낮에 회사에서 일하면서 회사 컴퓨터를 뿌시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애써 참으려고 하다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고 직원들과 사장이 당황해했다.

그 다음날부터 난 무기력해졌고 멍한 상태로 일을 하게 되어 어떻게 일을 했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러다간 정말 조현병이 재발할 것 같았고 회사를 퇴사하고 싶었지만, 이 회사가 아니면 나를 받아줄 데는 어디에도 없을 것 같았다.



이 글을 쓰면서 지금 난 집에서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걸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그 사건으로부터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너무 서러워서 이 글을 쓰면서 꼬박 1시간동안 울기만 했다.



퇴사 후의 미래가 걱정되었지만 결국 회사를 퇴사하기로 마음먹고 7월 말 사장에게 퇴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전까지 나에게 절대 퇴사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사장이 이번에는 나의 퇴사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사장은 퇴사시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내 자리에 다른 직원을 구할때까지, 적어도 2달 이상은 계속 일해주면서 다른 직원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기술을 가르쳐주고 가라고 요청하였다.

그 이후에도 멍한 상태는 계속되었고 견디지 못한 나는 결국 2016년 8월 10일부터 회사를 무단으로 결근했으며, 사장과 그 외 회사 직원들의 전화를 일체 받지 않고 프로젝트를 요청한 타 회사 직원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