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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관련 상황/시간별 분류 (A)

조현병이라도 비장애인과 똑같을 수 있다는 기대가 무너졌다


주치의를 보러가기로 한 화요일이 되자 오히려 과대망상이 거의 사라졌고 집중력이 회복되어 업무수행이 가능해져서 오전에 어느정도 일을 수행했다. (주치의는 오후에 보러 가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아무런 조치없이 그대로 방치하면 또 이런 일이 생길 것은 뻔했다.

조현병의 양성증상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일을 못하게 된다면 문제다. 지금은 공공인턴이지만, 나중에는 공무원 업무를 수행하거나 공무원을 못한다면 다른 회사에 가서 일을 해야 했다.

그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업무수행능력 부족으로 공직에서 짤리거나 회사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주치의와의 상의 결과 주치의는 조현병의 잔류증상(양성증상이라고 알고있었던 그 과대망상은 사실 양성증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때문에 업무를 못하면 안된다는 내 의견에 대체로 동의하였다. 일단 인베가 서스티나 6mg를 9mg로 증량하기로 결정했다.

9~12mg를 처방받았던 격리치료 후 초반때가 생각나서 잠이 많이 오거나 몸이 처지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었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 <정신분열병을 이겨낸 사람들> 의 내용이 비호감이지만 이 책의 약에 대한 내용만큼은 거의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조현병 환자는 약을 꾸준히만 복용한다면 최소용량을 지키면서 거의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직장생활, 업무수행도 무리없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공무원공부를 결정한 초반때부터 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봐서는

빌어먹을 그 악덕회사 때문에 조현병이 재발할 뻔했는데도 약의 용량을 늘리지 않고 그냥 넘어간 게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베가 서스티나 주사제 72mg / 알약 6mg 정도면 이 약의 최소용량에 가깝다. 이 용량을 5년 이상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안심했었다.



지금 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약 조절에 성공하여 과다망상으로 인한 업무수행상의 문제가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최소용량까지 복용이 가능하다면, 비장애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약 조절에 실패하여 계속 과대망상으로 인한 업무수행상의 문제를 느끼거나, 과량의 약을 복용하는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앞으로 돈벌이를 해 나가는 데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조현병 환자에게 직업이 있느냐, 돈벌이가 가능하냐 여부는 굉장히 중요하다. 돈벌이가 안되면 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가족에게 민폐일 뿐 아니라, 조현병 약은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경제적인 타격이 더 크다.

난 약을 꾸준히 먹기 위해 1달 평균 조현병 관련 병원비로 4만원(약이 4주치일 경우) 정도를 지불한다. 오늘은 약의 용량을 늘려야 해서 약값을 더 많이 냈다.

업무수행능력에 문제가 발생한 부분 때문에 5월 초 과대망상이 시작되고 나서 수행한 업무들을 다시 점검하고 진행해야 할 것 같다. 한동안 업무가 더 바빠질 것이다.



이번 계기로 조현병 환자도 소량의 약을 꾸준히만 먹고 관리하면 재발이나 양성증상 없이 모든 일이 다 가능하고, 남들과 차별없이 지낼 수 있으며 비장애인과 똑같은 수준으로 업무수행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무너졌다. 아직도 빌어먹을 그 악덕회사의 사장에게는 화가 난다. 그 사장은 내가 조현병이라는 걸 알고있을까?



2018년 5월 15일 8:00 PM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