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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관련 상황/시간별 분류 (A)

병적인 성공은 성공이 아니다. 난 여전히 조현병


다음날(2010년 9월 14일), 삼성이 나를 다시 감시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현실이 되었다.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길에서부터 삼성이 수시로 나에게 과제를 부여하는 바람에 강의실에 들어가지 못하여 <비디오공학 2> 수업을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삼성이 허영생에 관한 과제를 부여하였다. 나는 삼성에게 감시당하면서 허영생을 코스프레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허영생은 당시 동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를 다니며 연예활동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확인해보니 허영생은 동서울대학교 공연예술학과를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허영생과 관련된 과제를 수행하면서, 내가 허영생이 되어 봤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고 허영생이 평소에 학교에서 정말 웃기게 행동하고 다닐 걸 생각하니까 나도 모르게 폭소가 터졌다.

수업 <비디오공학 2>가 있을 시간에 과제를 수행하면서 허영생과 기성용이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허영생은 그룹 내에서 음악을 담당하는, 축구로 비유하면 중앙 미드필더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멤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과제 수행 결과 허영생이 오히려 기성용보다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였다. 평소의 허영생을 생각해보면 음악적인 면을 보나 평소 성격을 보나 남들보다 조금 느렸던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열정이 강하며 단기적인 결과가 안나온다고 조바심을 내지 않는 성격이라, 내가 생각했던 시간( =휴식 =셀틱 )적인 요소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오후 3시부터 4시 반까지 있었던 <음악의 이해> 시간에는 강의실에 참석하였다. 이 때가 삼성이 허영생과 관련해서 주어진 과제, 허영생을 실시간으로 코스프레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다.

오히려 이 시간에는 수업 중간에 튀지 않고 수업을 집중해서 들었던 것 같다. 허영생이 평소에 튀지 않고 음악에 관심이 많으며, 집중력이 강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음악의 이해> 시간에도 난 비정상적이었지만, 망상의 특성상 오히려 차분하게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수업에 임하였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메모 자료를 비교해보면서 느끼는 건 내가 당시에도 허영생을 기성용보다 더 많이 좋아했다는 것이다. 기성용 선수에게는 그런 표시가 거의 없지만 허영생을 언급한 메모지에는 군데군데 하트표시 남발이다. 근데 왜 조현병이라는 걸 자각하고 나서 난 기성용선수를 허영생보다 더 많이 좋아했다고 생각했으며, 현실인식을 하는 데 있어서도 기성용선수의 공이 더 크다고 생각했을까?

현실인식을 하게 된 시기에도 기록이 남아 있는데 분명 허영생의 공로가 더 크다. 이런 사실을 2015년 즈음에야 깨닫게 되어서 너무 슬프다.

난 천성적으로 축구보다 음악을 훨씬 좋아하는데, 조현병의 증상 때문에 축구를 알지도 못하면서 축구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젠 진짜 내 자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조현병 환자 개인에게 스트레스 해소법은 조현병 재발방지에 매우 중요하다. 그 방법으로 나에게는 축구보단 음악이 훨씬 적절한데도, 어리석게 축구를 더 찾았던 것 같다.



전날에는 수업을 마치고 집에 바로 들어갔지만, 이 날은 수업에 대한 복습을 하며, 저녁을 먹고 평소보다 늦게 집으로 들어갔다.

왜냐하면 나는 허영생을 코스프레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 허영생이라면 음악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허영생에게 자동빙의되었고 허영생의 성격이 정말 웃기다고 상상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존경심이 들었다.

내가 기성용 선수의 TRIZ 해법으로 <유머와 위트> 를 핵심이라고 설명했는데, 가수 허영생은 기성용 선수보다 이러한 요소에 더더욱 강점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